한 사람이 레스토랑에서 외국어 메뉴판에 스마트폰을 비추자, AI가 특정 요리를 추천해주는 모습을 표현한 아이소메트릭 스케치.

Last Updated on 2025-07-30 by AEIAI.NET

솔직히 말해볼까요? 반신반의했습니다. 구글 I/O에서 보여준 시연 영상이야 늘 번지르르했죠. 하지만 그게 진짜 ‘날것’의 현장에서, 그것도 낯선 언어와 골치 아픈 요구사항이 뒤엉킨 혼돈 속에서 통할까요? 이번 해외 출장에서 작정하고 구글 제미나이의 ‘라이브’ 기능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봤습니다. 결론부터 까놓고 말하자면, 이건 그냥 번역기가 아니었습니다. 차세대 멀티모달 AI가 우리 일상을 어떻게 뒤흔들지에 대한, 아주 강력한 예고편을 보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3줄 요약

1. 상황: 이탈리아 현지 식당. 영어는 안 통하고, 메뉴는 복잡하고, 주문 조건(알러지, 저탄수화물)은 까다로운 최악의 조건.

2. 실험: 제미나이 라이브를 켜고 메뉴판을 비추며 물었습니다. “해산물 알러지 있는 사람과 저탄수화물 다이어터가 함께 먹을 만한 메인 요리 2개 추천해 줘.”

3. 결과: 단순 번역을 넘어, 메뉴의 ‘맥락’을 파악하고 두 제약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메뉴를 정확히 추천. 이건 실시간 번역을 넘어선 ‘상황 해결’의 경지입니다.

제미나이 라이브: 실시간 번역을 넘어선 ‘상황 해결사’

‘카메라 켜고 대화’, 이게 전부라고?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게 구글 렌즈랑 뭐가 다른데?’ 싶었습니다. 카메라로 뭔가를 비추고 정보를 얻는다는 컨셉 자체는 익숙하니까요. 그런데 써보니 알겠더군요. 결정적인 차이는 ‘대화가 이어진다’는 데 있었습니다. 제미나이 라이브는 눈에 보이는 것(Vision)과 제가 말하는 것(Voice)을 실시간으로 함께 버무려 이해합니다.

기존 방식이 `[사진 찍기] → [글자 인식] → [번역] → [검색]`이라는 단계를 일일이 거쳤다면, 제미나이 라이브는 이 모든 걸 하나의 ‘대화’로 녹여냅니다. 카메라를 켠 채로, 눈앞의 풍경에 대해 계속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죠. 마치 그 분야의 전문가 한 명을 옆에 대동하고 현장을 둘러보는 기분이랄까요? 바로 이 ‘이어지는 상호작용’이 핵심입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펼쳐진 실시간 테스트

1단계: ‘번역’이 아니라 ‘이해’를 해버리다

상황은 이랬습니다. 메뉴판은 온통 이탈리아어. 저는 저탄수화물 식단이 필요했고, 함께한 클라이언트는 갑각류 알러지가 있었죠. 이럴 때 파파고를 켜서 단어 하나하나 번역하는 건, 사실상 시간 낭비에 가깝습니다. 요리 이름만 알아서는 숨겨진 조리법이나 재료까지 알 수는 없으니까요.

바로 그때, 작정하고 제미나이 앱을 켜 라이브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리고 메뉴판 전체가 화면에 들어오게 한 뒤, 스마트폰에 대고 또박또박 한국어로 말했죠.

“여기 메뉴판 보이지? 지금 해산물, 특히 갑각류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랑 저탄수화물 식단 하는 사람이 같이 있어. 각자 먹을 만한 메인 디쉬를 하나씩 추천해 줄래?”

잠시 후, 제미나이가 대답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알러지가 있는 분을 위해선 ‘Saltimbocca alla Romana’를 추천합니다. 송아지 고기에 프로슈토와 세이지를 곁들인 요리로 해산물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에는 ‘Bistecca alla Fiorentina’가 좋겠습니다. 다른 소스나 가니쉬 없이 티본 스테이크 자체를 구운 요리라 탄수화물 함량이 매우 낮습니다.”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단순히 ‘새우’나 ‘파스타’ 같은 단어를 걸러낸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알러지’와 ‘저탄수화물’이라는, 전혀 다른 두 개의 제약 조건을 동시에 이해하고, 눈앞의 텍스트 정보(요리 이름)와 제 목소리(까다로운 조건)를 조합해 해결책을 내놓은 겁니다. 아,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멀티모달 AI의 힘이구나 싶었죠.

2단계: 끈질긴 ‘꼬리 질문’도 받아주다

여기서 멈추면 재미없죠. 한술 더 떠봤습니다.

“좋아. 그럼 살팀보카랑 어울리는 와인도 이 리스트에서 골라줘. 너무 무겁지 않은 걸로.”

제미나이는 잠시 와인 리스트를 훑어보더니, 특정 레드 와인을 콕 집어 추천하며 그 이유(가벼운 바디감, 요리 풍미를 해치지 않는 산미 등)까지 술술 설명했습니다. 이 모든 게 앱을 껐다 켜거나, 번역기와 검색창을 오가는 부산스러움 없이 단 하나의 화면에서 ‘대화’로 끝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딱 1분 32초가 걸렸더군요. 예전 방식대로라면 10분은 족히 붙잡고 끙끙댔을 일입니다.

제미나이 라이브 vs 구글 렌즈: 결정적 차이

말로만 하면 잘 와닿지 않으실 겁니다. 직접 써보니 둘의 차이는 ‘목적’에서부터 명확하게 갈렸습니다. 핵심은 ‘단순 정보 검색’과 ‘복합 상황 해결’의 차이입니다.

구분구글 렌즈 (Google Lens)제미나이 라이브 (Gemini Live)까칠한 한 줄 평
핵심 기능시각 정보 인식 및 검색시각 정보 기반 실시간 대화 및 문제 해결‘이게 뭐야?’에 답하는 것과 ‘그래서 뭘 해야 해?’에 답하는 것의 차이.
상호작용단발성 (찍고 → 결과 확인)연속적 (보면서 → 계속 대화)질문 한 번에 끝낼 일인가, 티키타카가 필요한 일인가.
맥락 이해제한적 (보이는 텍스트/사물 자체에 집중)높음 (사용자의 질문 의도, 이전 대화 내용까지 고려)렌즈가 ‘단어 사전’이라면, 제미나이는 ‘수행 비서’에 가깝습니다.
최적 활용“이 식물 이름이 뭐지?”, “이 글자 번역해 줘”“이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요리 추천해 줘”단순 ‘번역’만 필요하다면 렌즈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복합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면, 답은 제미나이입니다.

단순 ‘기능’을 넘어선 ‘가능성’

이번 실험을 통해 제가 확인한 건 명확합니다. 구글 제미나이 라이브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우리가 AI와 소통하는 방식 자체를 뿌리부터 뒤흔들 강력한 신호탄이라는 겁니다. 스마트폰은 이제 정보를 검색하는 창구를 넘어, 현실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능동적인 AI 비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습니다.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버벅댈 때도 있죠. 실시간으로 눈과 귀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고 추론하는 과정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아직 최적화의 여지는 남아 보입니다. 하지만 해외 출장이나 여행처럼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난무하는 환경에서, 이 정도의 ‘상황 인지 능력’을 갖춘 도구가 있다는 건 엄청난 심리적 ‘빽’이 되어줍니다. ‘생존템’이라 부르기엔 아직 살짝 이른 감이 있지만, 든든한 ‘비밀 병기’ 정도는 충분히 되어줄 겁니다. 이 똘똘한 AI 비서가 앞으로 어디까지 똑똑해질지, 자못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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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미나이 라이브 기능 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떤가요?

‘기대 이상’입니다. 단순한 카메라 번역기를 생각했다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눈앞의 상황과 나의 복잡한 질문을 동시에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아주는 ‘실시간 상황 해결사’에 가깝습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에서 언어 장벽과 정보 부족으로 겪는 스트레스를 80% 이상 줄여줄 잠재력을 봤습니다.

음식 메뉴판 번역 AI로만 쓰기에는 과한 기능인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현존하는 최고의 음식 메뉴판 번역 AI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번역기가 단순히 ‘Pork’라고 알려줄 때, 제미나이 라이브에게는 “이 돼지고기 요리는 튀긴 거야, 구운 거야?” 혹은 “여기서 가장 인기 있는 파스타는 뭐야?”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단순 번역을 넘어 ‘성공적인 주문’을 돕는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릅니다.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보다 나은 점이 뭔가요?

‘대화의 연속성’과 ‘맥락 이해’입니다. 번역기는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바꿔주는’ 역할에 그치지만, 제미나이 라이브는 번역된 정보를 바탕으로 “그럼 이건 어때?”, “이것과 저것의 차이는 뭐야?” 같은 꼬리 질문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 정보를 조합해 최적의 답을 찾아가는 ‘문제 해결 과정’ 자체가 가능합니다.

제미나이와 구글 렌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구글 렌즈는 ‘What(이게 뭐야?)’에 답하는 ‘사전’이고, 제미나이 라이브는 ‘So What?(그래서 어쩌라고?)’과 ‘Now What?(이제 뭘 할까?)’에 답하는 ‘컨설턴트’입니다. 렌즈가 눈앞의 정보만 단발적으로 알려준다면, 제미나이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다음 행동이나 의사결정을 돕는 연속적인 대화를 이끌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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